박 하 향 추 억 찾 아 환 한 기 차 여 행

충주호 유람선 여행은 제천 나들이가 주는 색다른 즐거움. 옥순봉과 호수를 미끄러지는 유람선이 어루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올해도 어느새 절반이 지나고 있다. 모든 게 너무 빠르다. 좀 느리게 살 수는 없을까. 청풍명월의 고장 충북 제천. 느림의 미학에 잠겨볼 수 있는 곳이다. 평온한 충주호와 여유로운 뱃길, 절로 속도를 줄이게 하는 박달재와 호반도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안내하는 <박하사탕> <태조 왕건> 촬영지, 그리고 마음이 넉넉한 사람들. 한 해의 중간 지점에서 스스로를 추스려볼 수 있는 좋은 나들이 장소다.


<박하사탕> 촬영지 진소마을

열차가 어두운 터널로 들어간다. 터널에서 나오면 바로 철교. 철교 아래로는 강물이 흐르고, 강변 자갈밭에선 20년 전 이 곳으로 소풍 왔던 야학 동기들의 질펀한 야유회. 이들 사이로 한 사내가 끼어 들어 미친 듯이 <나 어떡해>를 부른다. 그는 그날의 소풍서 첫사랑 '박하사탕'을 만났다. 이어 철교 한가운데 서서 두 팔을 높이 쳐들고 절규한다. "나 다시 돌아갈래." 터널을 울리는 기적소리. 영화 <박하사탕> 첫 장면이다.

충북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 진소마을. <박하사탕>의 촬영지로 제천을 여행할 경우 시간을 내볼만한 곳이다.
진소마을 가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면 소재지에서 승용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비포장 도로를 20분 정도 덜컹거리며 달려야 나온다. 충주와 제천을 잇는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제천시 백운면에서 방향을 틀면 되는데 초행길이라면 제천쪽에서 들어가는 것이 수월하다. 박달터널과 박달재라는 뚜렷한 이정표가 있기 때문.

이왕이면 산의 허리를 뚫은 터널보다는 박달과 금봉이의 이루지 못한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서려 있는 옛길, '울고 넘는' 박달재를 넘는 것이 훨씬 운치 있다. 박달림의 신록이 뿜어내는 상큼한 향기로 목욕을 하며 고개를 넘으면 바로 백운면 소재지에 이른다. 진소마을의 들목이다. 여기서부터 조심운전 및 양보운전이 필수. 길이 좁고 포장이 안된 곳이 많은데다 도처에서 확장 및 포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박하사탕 촬영지를 알리는 푯말이 길목마다 서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진소마을 앞에는 충북선 철도가 지난다. 하지만 기차는 정차하지 않는다. 기차로 오려면 하루 두 차례 정차하는 공전역에서 내려 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영화 속 사람들이 강변에서 소풍과 야유회를 벌이던 진소천은 여전히 맑게 흐르고 있었다. 그 위로 '5월 그날' 이후 꼬인 인생을 살아온 주인공 영호(설경구 분)가 절규하던 철교가 걸쳐 있다. 진소천의 마을쪽 강변은 평평한 자갈밭이고, 반대쪽은 병풍처럼 드리워진 절벽이 그대로 강물에 닿아 있다. 명장면이 나올 만한 멋진 풍광이다.

그러나 좋다고 소문나면 이내 망가지기 쉽다. 박하향보다 돈 냄새를 쫓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다. 영화 속의 영호처럼 진소마을도 요즘 모진 풍파를 맞고 있다. 진소천과 터널이 보이는 마을입구 언덕과 영호가 소리치던 바로 그 철교 앞에는 전원주택 공사가 한창이다. 단 3가구만 사는 마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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